계약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는데 집주인이 "벽지와 장판 교체비, 청소비를 빼고 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반환소송에서 가장 자주 다투는 대목도 이 공제입니다. 공제 자체가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얼마만큼 뺄 수 있는지는 정해진 기준과 증거로 따져야 합니다.
보증금은 '정산하고 남은 돈'을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대법원은 임대차보증금이 임대차가 끝난 뒤 집을 넘겨줄 때까지 생긴 세입자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고, 그 금액은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고 봅니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판결). 밀린 차임과 관리비, 세입자가 훼손한 부분의 원상복구비용 상당 손해배상이 여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1995. 7. 25. 대법원 95다14664 판결).
그래서 다툼은 "공제할 수 있느냐"보다 "그 채무가 실제로 생겼느냐, 얼마냐"로 모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는 방법이 증명 책임과 증거입니다.
누가 무엇을 증명하나
위 두 판결은 증명 책임을 이렇게 나눴습니다.
| 다툼 | 증명할 쪽 |
|---|---|
| 공제할 채권(밀린 차임, 관리비, 원상복구비 등)이 생긴 원인 | 집주인 |
| 그 채권이 이미 갚아져 사라졌다는 사실 | 세입자 |
집주인이 장판 손상을 이유로 교체비를 빼겠다면, 손상이 세입자가 사는 동안 생겼다는 점과 그 비용이 얼마인지를 집주인이 보여야 합니다. 반대로 세입자가 "그 관리비는 이미 냈다"고 한다면 납부 내역은 세입자가 내야 합니다. 이 구분을 알면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준비할지가 정해집니다. 보증금반환소송에서 집주인이 공제를 주장하면, 세입자는 그 주장을 하나씩 항목으로 나눠 "인정하는 부분", "다투는 부분", "이미 갚은 부분"으로 표시한 표를 내는 것이 좋습니다. 판사가 짧은 기일 안에 다툼의 범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인정하는 부분을 먼저 밝혀 두면 나머지 주장에 대한 신뢰도 높아집니다.
원상회복은 '임대 당시 상태'가 기준입니다
민법 제654조는 사용대차의 원상회복 규정인 제615조를 임대차에 준용합니다. 세입자는 집을 돌려줄 때 원상으로 회복해야 하고, 직접 붙여 둔 물건은 떼어 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세입자가 목적물을 수리하거나 바꾼 경우 원칙적으로 그 부분을 철거해 임대 당시 상태로 쓸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원상회복의 내용과 범위는 계약을 맺은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목적물의 상태, 세입자가 고친 내용 등을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 점포 임대차 사건).
핵심 단어는 "임대 당시 상태"입니다. 입주할 때 이미 낡아 있던 벽지나 오래 쓴 설비를 새것으로 바꿔 놓으라는 요구는 이 기준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또 집주인은 계약이 이어지는 동안 세입자가 쓰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지므로(민법 제623조), 설비가 오래되어 고장 난 부분까지 세입자 비용으로 돌리는 주장은 따져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툼을 줄이는 증거 남기기
| 시점 | 남길 기록 |
|---|---|
| 입주 직후 | 방마다 벽·바닥·창틀·욕실·주방 설비 사진과 영상, 촬영 날짜가 남는 원본 파일 |
| 계약할 때 | 원상복구 범위나 도배·장판 부담에 관한 특약 문구,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상태 기재 |
| 사는 동안 | 고장 신고 문자, 집주인이 한 수리 내역, 세입자가 직접 고친 영수증 |
| 퇴거 당일 | 입주 때와 같은 위치·각도의 사진과 영상, 함께 점검했다면 그 확인 문자 |
| 공제 통보 뒤 | 견적서가 아닌 실제 공사 영수증과 공사 전후 사진 요청 |
사진은 넓게 한 장, 손상 부위를 가까이 한 장씩 짝을 지어 찍어 두면 위치와 정도를 함께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입주 사진이 없다면 중개사나 이전 세입자가 가진 사진, 입주 무렵 집주인과 주고받은 문자처럼 당시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아 보세요. 공제 다툼이 큰 사건은 첫 기일에 증거를 함께 내야 하는 소송 특례와도 맞물리므로, 보증금 소송 특례를 다룬 문서를 함께 확인해 두면 준비 일정이 정리됩니다.
다툼 없는 돈부터 받는 방법
집주인이 일부 공제를 주장하더라도 다툼 없는 나머지까지 붙잡아 둘 이유는 없습니다. 공제 주장 금액을 뺀 나머지를 먼저 돌려 달라고 문서로 요구하고, 다투는 부분만 따로 정리하면 보증금반환소송의 범위도 좁아집니다. 일부를 받았다면 그 금액과 날짜를 꼭 기록하세요. 남은 금액과 지연손해금 계산의 기준이 그날부터 바뀝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퇴거 때 도배·장판 비용은 세입자 부담"이라는 특약이 있으면 따라야 하나요?
A. 특약은 원상회복 범위를 해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다만 그 문구가 세입자가 바꾼 부분을 말하는지, 사는 동안 생긴 훼손을 말하는지, 세월이 지나 자연히 낡은 부분까지 포함하는지는 특약 문구와 임대 당시 상태를 함께 놓고 따지게 됩니다.
Q. 집주인이 견적서만 보여 주며 금액을 빼겠다고 하면요?
A. 공제할 채권이 생긴 원인과 금액은 집주인이 증명할 부분입니다. 견적서와 함께 손상 부위 사진, 실제 공사를 했는지와 그 영수증을 요청하고, 요청한 날짜와 답변을 기록으로 남겨 두세요.
정리
공제 다툼은 결국 입주 때와 퇴거 때의 차이를 누가 더 잘 보여 주느냐의 문제입니다. 사진과 영수증을 시점별로 묶어 두고, 다른 질문은 보증금반환소송 안내 첫 화면에서 이어서 확인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민법 제615조·제623조·제654조 [시행 2026. 3. 17.][법률 제21454호],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판결,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판결,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법령·판례) 2026-10-20 확인